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가톨릭교회의 제266대 교황 프란치스코(Pope Francis, 본명 Jorge Mario Bergoglio)가 2025년 4월 21일, 향년 88세로 선종했다.
바티칸은 교황이 교황궁 내 자신의 거처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고 발표했다.
그는 최근 폐렴으로 인한 건강 악화로 입원 치료를 받았으며, 38일간의 입원 후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선종했다.
교황의 역사적 선출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3월 13일, 역사상 최초의 라틴아메리카 출신 교황이자 예수회 소속 첫 교황으로 선출되었다. 그는 교황청의 보수적 틀을 깨고 전 세계 사회적 약자와의 연대에 앞장섰다.
사회적 약자와 연대
특히 이민자와 난민, 환경, 동성애자 인권 문제 등 민감한 사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현대 가톨릭의 방향성을 바꿔온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교회는 가난한 이들의 교회여야 한다”는 신념 아래, 바티칸 내부의 부패와 권위주의적 문화를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기후위기와 경제적 불평등
그의 대표적인 업적으로는 2015년 발표한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가 있다. 이 문헌에서 그는 기후위기를 ‘인류 공동의 집이 울부짖고 있다’는 표현으로 경고하며, 정치적·종교적 경계를 넘어 환경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또한, 그는 경제적 불평등과 빈곤 문제에 대해 자본주의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사진: Coronel Gonorrea
실천하는 교황
교황은 말뿐 아니라 실천으로도 신자들을 감동시켰다. 교황 즉위 직후 전통적인 금실 슬리퍼 대신 검소한 검은 구두를 고수했고, 교황궁 대신 일반 사제들과 함께 공동생활하는 숙소를 택했다. 한 장애인의 발을 직접 씻기고 입을 맞춘 장면, 로마 거리에서 노숙인을 안아준 사진 등은 전 세계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
시리아 난민 구출
2016년에는 유럽 해역을 떠도는 시리아 난민 12명을 바티칸으로 직접 데려오며 “우리 모두가 그들의 형제자매임을 잊지 말자”고 말했다. 그가 보여준 이같은 행동은 단순한 상징을 넘어, 세계 정치 지도자들에게도 인간 존엄성에 대한 메시지를 던졌다.
교황의 어록
“나는 큰 죄인입니다. 하느님이 고통 속에 보여주신 자비와 인내를 믿습니다.”- 2013년 3월 13일, 교황 선출을 받아들이며.
“그 대신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자선단체에 그 돈을 기부하라.”- 2013년 3월 15일, 고국 아르헨티나 신자들에게 로마에서 열리는 즉위 축하 미사에 참석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며.
“가난한 사람. 가난한 사람. 이들을 생각하니 곧바로 아시시의 프란치스코가 떠올랐습니다.” – 2013년 3월 16일, 기자들에게 교황명을 프란치스코로 정한 이유를 설명하며.
“동성애자인 사람이 하느님을 찾고 선한 의지가 있다면 내가 어떻게 그를 정죄하겠습니까?” – 2013년 7월 29일, 브라질에서 로마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동성애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세월호 유족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었다.” – 2014년 8월 18일, 한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전세기에서 ‘세월호 추모 행동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이 아무 걱정 없이 편안하게 사는 것이라는 풍조가 생기면서 개 한 마리와 고양이 두 마리를 기르는 가정도 많아졌다. 과연 그렇게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이냐.” – 2014년 6월 2일, 미사에서 15쌍의 부부들에게 동물보다 아이를 기르라고 권고하며.
“한반도 평화를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왔다.” – 2014년 8월 14일, 한국에 도착해 공항에 영접 나온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교황 방한을 계기로 우리 국민에게 따뜻한 위로가 전해지고 분단과 대립의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의 시대가 열리길 바란다’고 말하자.

사진: Barbara Provenzano
한반도 평화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교황 프란치스코는 2014년 8월, 한국을 방문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교황을 공항에서 맞이하며 “교황 방한을 계기로 우리 국민에게 따뜻한 위로가 전해지고, 분단과 대립의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의 시대가 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교황은 “한반도 평화를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왔다”고 응답하며, 한국 방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황은 2014년 8월 14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된 4박 5일간의 방문 중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위로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용산참사 피해자, 밀양·강정 마을 주민들과도 미사를 통해 만났다.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희생자 가족을 직접 만나 손을 잡고 위로한 교황은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다”고 밝혀 그들의 아픔에 깊은 공감을 표했다.
교황은 방한 중 광화문에서 진행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김대건 신부 생가 터인 충남 당진 솔뫼성지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아 가톨릭청년대회 등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또한, SNS를 통해 한국과 아시아 전역을 위한 기도를 요청하며 “저희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들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도록 항상 각성하고 깨어 있으라고 하셨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교황은 한국 방문 이후에도 한반도의 평화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표명했다.
2017년 9월, 바티칸 사도궁에서 한국 종교지도자협의회의 예방을 받은 후 “한국인에게 평화와 형제간 화해라는 선물이 주어지길 끊임없이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언급하며 “전통적인 올림픽의 휴전이 올해는 특히 중요하다”는 뜻을 전했다.
같은 해 10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의 교황청 회담에서 북한의 공식 초청장을 받으면 방북할 의사를 밝히며 한반도 평화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드러냈다. 교황은 2021년에도 “초청장을 보내주면 여러분들을 도와주기 위해, 평화를 위해 나는 기꺼이 가겠다”고 밝혔으며, 2022년 KBS 인터뷰에서는 “나를 초대해준다면 거절하지 않겠다”고 말해 방북 의지를 재차 표명했다. 교황청은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관과의 접촉 등 여러 경로로 방북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과 그의 평화와 인권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의 따뜻한 위로와 평화의 메시지는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불러일으켰으며, 그가 전한 평화의 메시지는 여전히 많은 이들의 마음 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
전 세계 애도 물결
교황의 서거 소식에 전 세계가 애도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는 정의와 자비를 몸소 실천한 지도자”라고 추모했으며, 유엔과 유럽연합, 각국 정상들도 잇따라 애도의 뜻을 밝혔다.

장례일정 발표예정
바티칸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는 선종 후 4~6일 사이에 성베드로 광장(St. Peter’s Square)에서 거행될 예정이다.
‘노벤디알레’(novendiale)라 불리는 9일간의 애도 기간이 시작되고, 교황의 시신은 4월 23일부터 성베드로 대성당(St. Peter’s Basilica) 내에 안치되어 공개 조문이 가능하며 마지막 인사를 나눌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 날짜는 시신 안치 후 카메를렁고(Camerlengo)와 추기경단이 결정하지만, 통상 사망일(4월 21일)로부터 4일째(4월 25일)부터 6일째(4월 27일) 사이에 거행될 예정이며, 전통인 성베드로 지하 묘가 아닌, 로마 성마리아 대 바실리카(Basilica of Saint Mary Major)에 안장될 예정이다.
현재 바티칸은 정확한 장례 날짜와 시간, 공식 의전 세부 일정을 조율 중이며, 확정 즉시 교황 장례 일정과 차기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교황 선출회의) 일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진: James Coleman
신자들의 기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 자주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그의 삶을 기리는 전 세계 신자들은 지금, 그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이경미 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