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Black Lives Matter 시위 주최측 추산 5만명–경찰추산 2만명 참가
시드니 집회 직전 항소법원 극적 승인
6월 6일 토요일 호주 태즈매니아부터 북부준주, 시드니에서 퍼스까지 호주 전역에서 수만명이 모여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 죽음에 항의하는 미국 시위에 연대를 표하며, 호주 원주민에 대한 경찰의 부당한 대우와 경찰 구금 중 원주민 사망사건에 항의했다.
Black Lives Matter(BLM) 시위는 먼저 브리즈번과 애들레이드, 지방 도시에서 시작했으며 토요일 오후에는 멜번과 시드니 시위에 대규모 군중이 모였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집회 주최측은 참가자들에게 손소독제를 제공하고 거리두기를 당부했다.
시드니에서는 시위 전날인 5일 NSW주 대법원에서 시위를 승인하지 않았으나 당일 시위 시작 14분을 남겨놓고 NSW주 항소법원에서 극적으로 판결이 뒤집혔다.
NSW주정부와 경찰의 시위 참가 우려, 대법원 승인 거부에도 불구하고 시위 당일 시드니 시청 앞에는 이미 미국과 호주의 흑인 차별에 항의하는 군중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시위 참가자는 경찰 추산 약 2만명, 주최측 추산 5만명이다.
오후 3시로 예정되어 있던 시위 시작 14분 전 NSW주 항소법원이 Black Lives Matter 시위 승인거부 결정을 뒤집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모여있던 시위 참가자들은 크게 환호했다. 데이빗 슈브리지 녹색당 의원은 항소법원 판결 소식을 전하면서 “몇세기 동안 원주민(First Nations)에 적대해 놓여있던 시스템”과 싸울 때 어떤 경우 “시스템에 이기는 그런 순간이 있다”며 항소법원 판결이 그 순간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항소법원 판결로 인해 시드니 시위 참가자들은 공중보건 행정명령을 어긴 이유로 처벌받지 않게 됐다.
시위 주최측은 참가자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킬 것을 당부했지만 시청에서 벨모어공원까지 행진하는 참가자들이 실제로 1.5미터 간격을 두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시위 주최측과 자원봉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나누어 주었다.
시위에 참가한 많은 호주 원주민들은 눈물을 글썽인채 경찰 구금 중 사망한 원주민의 사진을 들고 있었다. 1991년 이후 호주 원주민 432명이 경찰 구금 중 사망했지만 이에 관련해 책임을 지거나 기소된 경찰은 없다.
참석자 가운데 가디갈족 여성인 샤나야 도노반씨는 ABC뉴스와 인터뷰에서 자신도 항상 인종 프로파일링을 당하기 때문에 벌금이나 구금 위험에도 불구하고 시위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도노반씨는 “내가 무언가를 훔칠 것 같다는 듯이 K마트에서 (직원이) 따라다녔다”며 의심받지 않기 위해서는 “직장 유니폼을 입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또한 “공공장소에서는 경찰이 노려본다”고 서러움을 토로했다.
BLM 시위는 호주 전역에서 대부분 평화롭게 진행되었지만, 공식 행사가 끝난 뒤 시드니 센트럴역 안에서 경찰이 시위대 약 100여명에게 최루가스를 발사했다.
경찰은 확성기로 시위대에게 해산하지 않으면 체포될 것이라고 경고한 후 이 중 일부에게 최루가스를 분사했고, 남성 1명을 체포했다. 경찰은 전철역 안으로 군중을 이동시키려고 했으나 수십명이 거세게 저항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위대 측은 경찰이 역 통로를 막고 수십명을 구석으로 몬 후 구호를 외쳤을 뿐인데 최루가스를 분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위 참가자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 영상, 사진 및 페데스트리언 TV 보도에 따르면 시위가 끝난 벨모어 공원 인근 센트럴역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역 안으로 밀어 넣고 경찰병력으로 출입구를 막았다. 잠시 밖으로 잠시 나갈 수 있는 시간도 있었으나 곧 경찰은 시민과 시위대의 역 출입을 막고 시위대를 점점 구석으로 들어가도록 포위망을 좁혔다. 영상으로는 물리적인 충돌이 관찰되지 않고 구호를 외치거나 이동을 막는 경찰에 시위 참가자들이 구두로 항의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경찰이 시위 참가자들을 향해 최루액을 본사하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한 여성은 7뉴스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목발을 짚고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서서 시위대를 뒤로 밀던 경찰에게 “손을 떼라”고 외친 후 경찰이 자신의 얼굴과 10cm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최루액을 분사했다고 주장했다. 이 여성은 최루액으로 인한 고통이 너무 심해 병원으로 이송되어 최루액을 얼굴과 옷에서 씻어내야 했다.
시위 참가가들과 주관단체에서는 경찰이 코로나19 전파 위험 때문에 시위를 반대하면서도 오히려 경찰들이 마스크를 하거나 물리적 거리두기를 두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경찰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밀착한 상태에서 시위대를 구석으로 압박하기 위해 근접해 다가갔다. 최루액 분사는 기침을 유발하고 최루액 분말로 인해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미국 의료계와 시민사회 단체에서는 최근 공개서한에서 항의 시위 경찰 대응시 최루액 분사를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시드니 경찰은 지난 토요일 NSW주 전역에서 시위가 평화롭게 진행되어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NSW주에서는 시드니를 비롯 뉴카슬, 바이론베이, 리즈모어, 코프스하버, 포트 맥쿼리, 와이옹, 와가와가, 브로큰힐에서 BLM 시위가 열렸다.
시드니 시위 대응 작전을 이끈 믹 윌 NSW 경찰 부청장은 주 전역에서 열린 유사한 시위로 인한 지역사회 혼란은 최소에 그쳤다며 지역 경찰서장들이 “시위가 모두 기본적으로 평화스러워서 만족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윌 부청장은 “처음 대법원 판결이 뒤집혔을 때 이미 경찰 작전이 진행중이어서 시드니에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행사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신속하게 계획을 바꿨다”고 밝혔다. 또한 현장 출동 경찰이 물리적 거리두기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고 경찰이 일부 참가자들을 검문했지만 공식적인 경찰 작전은 필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토요일 시드니 도심 경찰 작전 중 당일 남성 3명이 체포됐다. 시위 시작 전인 오후 2시 20분 경 시드니 시청역에서 시위 현장으로 향하던 15세와 23세 남성이 몸싸움을 벌여 난동 혐의로 체포됐다. 경찰은 23세 남성이 경찰에 공격적이 되어 테이저총을 쏴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으며 퇴원 후 경찰은 난동 혐의로 기소할 계획이다. 같이 있던 10대 소년은 청소년 경고장이 발부되었으며 두 사람은 서로 아는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남성은 오후 2시 30분쯤 타운홀 전철역에서 평화교란 혐의로 체포됐지만 다른 곳으로 이동되어 경찰 검문 후 추가 절차 없이 풀려났다.
멜번집회 평화롭게 진행 – 경찰 진압 없었지만 벌금 부과 경고
멜번에서는 주의회 앞부터 버크 스트리트까지 군중 수만명이 운집했다. 주최측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확보하기 위해 참가자들에게 거리를 두고 넓게 퍼질 것을 부탁했다. 형광색 조끼를 입은 주최측 자원봉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손소독제를 제공했다. 또한 빅토리아주 원주민보건 서비스(Victorian Aboriginal Health Service, VAHS)에서는 집회 참석자들에게 손세정제, 장갑, 마스크를 배포했다.
빅토리아주 경찰은 6일 시위가 “수석보건관 행정명령을 어기고 열렸지만, 경찰은 오늘 시위에 참석하기 위해 시내를 찾은 사람들의 행동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6일 집회 중이나 후 체포는 없었으며 폭력적 행동이나 재산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한 필요를 무시하고 대규모 군중집회가 열린 것에 계속 우려한다”며 주최측과 “불법” 집회 관련 어떤 조처를 취할지 고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찰은 수석보건관 행정명령 위반에 대해 주최측 1인당 1652달러 벌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빅토리아주 경찰은 집회가 열리는 동안 기마경찰이 뒤에 대기한 상태로 주의회 앞 계단 하단을 따라 정렬해 있었다.
브리즈번부터 호바트까지 호주 전역서 수만명 집회
브리즈번 집회는 킹조지광장에서 오후 1시 시작했으며 퀸즈랜드 경찰 추산 1만명이 모였다. 집회를 주관한 원주민저항전사(Warriors of the Aboriginal Resistance, WAR) 자원봉사자들은 집회장 입구에서 참가자들에게 마스크와 손세정제를 배포했다. 또한 집회 전 마스크 수량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가능한 마스크를 지참하고 참석해 줄 것을 당부했다.
WAR는 집회 전 마스크 쓰기와 집회시 20명 단위로 모이고 1.5미터 거리두기를 유지해 줄 것을 당부했다.
서호주에서는 마스크를 쓴 수백명이 퍼스 도심에 모여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BLM 집회에 참석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we can’t breathe (숨을 못 쉬겠어)”와 “400 plus deaths in custody (구금 중 사망 400명 이상)”라고 씌어진 배너를 들고 있었다.
군중 뒤에는 경찰 10여명이 시위를 지켜보고 있었으며 집회 중간 참석자들은 무릎을 꿇고 “Black Lives Matter”를 외쳤다. 원주민 10대가 주축이 되어 주관한 집회에서 참석자들 사이가 가까워지면 주최측은 다시 거리를 벌여줄 것을 촉구하는 모습이었다.
퍼스에서는 다음 주 토요일에도 집회가 예정되어 있으며 군중이 더 많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어 집회 장소가 랭리공원(Langley Park)으로 변경됐다.
애들레이드에서는 도심 빅토리아 광장에서 열린 집회에 수천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되며 이 중 많은 참가자들이 마스크를 썼다. 그랜트 스티븐스 주경찰청장은 집회가 열릴 수 있도록 집회 전날 코로나19 행정명령 면제를 허가했다.
원주민 깃발과 “Black Lives Matter”가 쓰인 배너를 든 시위대는 킹윌리암 스트릿을 행진하며 경찰 구금 중 원주민 사망을 끝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캔버라에서는 연방의회앞 잔디밭에 300여명 이상이 모여 이틀째 집회를 열었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참가자들은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극적으로 지켰다.
퀸즈랜드 북부 타운즈빌에서는 약 1000여명이 토요일 아침 모여 평화 집회를 열었다. 울구루카바와 빈달족을 포함해 원주민 청년과 장년이 모두 단상에서 수세대에 걸쳐 자신들이 겪은 인종차별과 부당대우를 알렸다. 이들은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이 “낙타의 등을 부러뜨린 지푸라기” 였다고 말했다.
태즈매니아 론세스턴에서는 200여명 이상이 추위를 무릅쓰고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집회 참석자들에게는 마스크와 손세정제가 배포되었으며 촛불집회 중 경찰이 무릅으로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누른 8분 46초 동안 묵념했다.
집회 개최측은 촛불집회가 “흑인 대 백인이 아니라 우리 대 인종차별”이라고 발언해 군중에게 박수를 받았다.
뉴카슬에서는 수천명이 시위에 참가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호바트와 다윈은 물론 NSW 와이옹과 바이런 베이, 빅토리아주 밀두라를 포함 지역도시에서도 호주 원주민에 대한 차별을 끝낼 것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시드니와 멜번을 포함 BLM 주최측은 집회 후 참가자에게 14일 자가격리를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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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