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소용돌이[와渦] 속을 꿰뚫는 예리한 도끼[부釜]날 논평
■ 어둔 밤하늘은 누구 소유인가?
보석처럼 빛나는 별무리가 드리워진 새까만 밤하늘은 신비와 경탄을 불러 일으킨다. 호주 서호주주(州)(WA) 정부 관광청은 아름다운 밤하늘에 대한 권리를 소유하려고 했다. 작년 1월 WA주 북서 지역에서 열린 ‘다크 스카이 페스티벌’에 1만5000명이 몰리자 아예 축제명에 대한 상표 등록을 추진한 것이다. 이 소식을 듣고 남호주주(州)에 있는 지방자치단체 미드머레이카운슬이 반대 소송을 제기했다. 이곳도 경이로운 밤하늘 풍경으로 이름나 있다. 이들은 호주 곳곳에 ‘다크 스카이’ 축제가 열리는데 누군가 이름을 독점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27일 호주 공영 ABC 방송은 1년 간 법정 다툼 끝에 결국 WA 관광청이 상표권 등록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수만 달러에 달하는 법률 비용을 지불한 끝에, ‘다크 스카이 축제’라는 이름은 모두의 소유로 남았다.
■ 연결되지 않을 권리
현대는 초연결사회다. 인터넷, 이메일, 소셜네트워크, 문자 메신저 등 24시간 세계 어느 곳에 있는 누구나 곧장 연결이 가능하다. 무한한 연결 가능성은 오히려 연결되고 싶지 않은 이들과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낳았다. 바로 직장 사람들이다. 지난 26일부터 호주에서는 업무시간 외에 고용주나 상사로부터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는 법규가 시행됐다. 이를 어기면 기업은 최대 9만3,900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어마어마한 액수다. 그만큼 직원의 사생활 보장은 소중한 가치다. 물론 직원이 부당하게 연락을 거절하면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거절의 부당성을 따지는 기준은 모호하다. 직원의 역할, 연락 이유, 연락 방법이 이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문제는 ‘연락 이유’라는 요소다. 직원이 연락을 거부한다면 아무리 급한 사안이라도 ‘연락 이유’를 전혀 알 수 없다. 만약 ‘연락 이유’를 확인한다면 그 순간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침해 당한다. 이래저래 아무리 이런 법규가 시행돼도 ‘연결’ 자체를 피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 노동당 정부가 넘어야 할 파도
호주는 내년 초 연방 총선을 앞두고 있다.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가 이끄는 호주 노동당 정부가 쉽게 연임에 성공할지 불안 요소가 뭉게뭉게 피어나고 있다. 양당제에서 한번 정권교체가 되면 1기 3년은 너무 짧기에 보통 연임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번 앨버니지 정부 앞에는 녹녹지 않는 파도가 몰려오고 있다.
가장 큰 파도는 역시 민생이다. 고물가 고금리가 2년 이상 지속되고 있어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하기 직전이다. 노동당 정부가 임명한 미셀 불럭 호주중앙은행(RBA) 총재는 최근 인플레 우려로 금리인하는커녕 오히려 추가 인상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또한 그는 과도한 재정지출 때문에 인플레가 잘 잡히지 않는다고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로 추가 금리 인상이 이루어진다면 수백만 모기지 가정은 정부를 향해 분노의 투표 폭탄을 퍼부을 가능성이 크다.
다음은 이민정책 실패다. 범죄 경력이 있는 불법체류자들을 섣불리 방면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학생비자 발급 건수를 27만 명으로 줄여 교육산업을 궤멸 수준으로 몰아갔다. 하마스와 이스라엘 전쟁을 피해 가자 지구에서 탈출하는 팔레스타인인에게 방문비자를 미국과 영국에 비해 훨씬 많이 발급했다. 물론 이러한 정책 결정에는 다 나름대로 근거와 이유가 있다. 그럼에도 최종 결과에 많은 국민들이 우려하거나 화를 내고 있다.
마지막은 호주의 대표적인 강성노조 건설산업해양노조(CFMEU)의 몰락이다. CFMEU는 수십 년 동안 자행한 범죄와 부패 혐의로 노동당 정부에 의해 관리인이 임명됐다. 부끄러운 민낮이 드러났음에도 노동조합 지지 세력은 곳곳에서 극렬 시위를 벌이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노동당 정부는 노동조합이라는 전통지지 세력과 불가피하게 어느 정도 긴장 관계에 돌입했다. 한데 국민은 정작 노동당 정부가 부패한 이들과 연계돼 있다며 눈총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래저래 총선에서 표 떨어지는 소리가 벌써부터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