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피터스 소재 방치된 주택 128만 달러, 지역 중간 가격보다 높아
지난 주말(23일), 세인트 피터스(St Peters)의 한 경매 매물은 그야말로 정글 속에 방치된, 폐허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주택이었다. 주택의 벽은 심하게 금이 가 있고, 오래 방치했음을 보여주듯 거미줄이 곳곳에 걸려 있었으며, 외부에는 ‘위험’ 표지판이 부착되어 있었다.
바로 옆 부지에는 주택 신축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특히 이 지역은 시드니 공항을 이륙하거나 착륙하려는 모든 항공기들이 통과하는 곳이었다. 그럼에도 3개 침실의 이 주택 경매 현장에는 50여 그룹이 큰 관심을 모았다.
10명이 입찰한 가운데 100만 달러에서 시작된 경매는 1만, 또는 2만 달러씩 가격이 올라 금세 115만 달러를 넘겼고, 입찰자들의 가격 제시가 잠시 주춤했지만 120만 달러에 도달하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이어 4명의 입찰자가 경매를 포기했고 남은 6명이 입찰을 이어간 끝에 128만5천 달러에 낙찰이 이루어졌다. 이는 잠정 가격에서 13만5천 달러 오른 것임은 물론 이 지역 중간 주택 가격(118만7,500달러)에 비해서도 크게 높은 금액이었다.
635스퀘어미터 부지의 이 주택은 듀플렉스 주거지를 개발하려는 캠퍼다운(Camperdown)의 켄(Ken)씨 커플에게 돌아갔다.
켄씨는 “지금이야말로 주택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우리에게 있어 좋은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이 주택은 NSW 주 정부가 도로 인프라 확충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웨스트커넥스’(WestConnex) 건설 현장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다. 이 도로 확충 과정에서 강제 철거를 간신히 면한 셈이다.
매매를 진행한 ‘Belle Property Annandale’ 사의 블레이크 로리(Blake Lowry) 판매 에이전트는 “웨스트커넥스 도로 공사가 이 지역 주택 가격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며 “이 거리(St Peters Street)에 있는 비교적 작은 주택이 2년 전 160만 달러의 높은 가격에 거래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이 주택 소유주는 지난 1984년 18만 달러에 매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매물은 이날 시드니에서 진행된 516채의 경매 주택 중 하나였다. 이날 부동산 정보회사 ‘도메인 그룹’(Domain Group)에 결과가 보고된 319채의 낙찰률은 54.5%로 집계됐다.
세인트 피터스에서 멀지 않은 로젤(Rozelle)의, 수리가 필요한 한 매물은 잠정 가격에 다소 못 미치는 가격에 낙찰됐다. 3개 침실을 가진 2층 구조의 테라스 주택으로 현재 재개발 승인이 된(DA) 이 매물은 110만 달러의 잠정 가격이 책정되었으나 낙찰 가격은 이에 미치지 못한 108만 달러였다. 매매를 맡은 중개회사 ‘BresicWhitney Balmain’의 잭 패리(Jack Parry) 에이전트에 따르면 이 매물은 지난 2011년 67만 달러에 거래된 바 있다.
시드니 동부, 마로브라 인근인 마트라빌(Matraville)의 메닌 로드(Menin Road) 상에 자리한 702스퀘어미터 블록의 주택은 2명의 예비 구매자가 입찰해 200만 달러까지 가격 제시가 있었으나 낙찰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매매를 진행한 ‘N G Farah’ 사의 캐머론 에얼리(Cameron Airlie) 에이전트는 이날 입찰했던 2명의 예비 구매자를 대상으로 개별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드럼모인(Drummoyne)의 세인트 조지 크레센트(St Georges Crescent)에 자리한 3개 침실 아파트는 잠정 가격(245만 달러)에 못 미치는 242만5천 달러에 낙찰됐다. 총면적 273스퀘어미터의 이 아파트를 낙찰받은 이는 홍콩 기반의 사업가였다. 이 아파트의 가장 최근 거래는 지난 2004년으로, 당시 매매가는 135만 달러였다.
시드니 남부, 크로눌라(Cronulla)의 아파트 또한 잠정 가격을 넘기지 못한 금액에 거래가 이루어졌다. 오존 스트리트(Ozone Street) 상에 자리한 3개 침실의 이 아파트는 262만5천 달러의 잠정 가격에 책정된 가운데 5명이 입찰, 240만 달러에서 경매를 시작했으나 책정된 가격을 넘기지는 못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 2007년 110만 달러에 매매된 바 있다.
뉴타운 인근, 캠퍼다운(Camperdown), 로버트 스트리트(Robert Street)에 자리한 아주 작은 블록의 2개 침실 주택은 잠정 가격(161만 달러)을 조금 넘긴 165만 달러에 거래가 이루어졌다. 2010년대 지어진 이 주택은 한 가족이 지난 40년간 거주해 왔던 주택이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