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IS MY NEIGHBOUR?
우리가 사는 호주에는 2가지 종류의 법률이 있다. 국회의원(Lawmaker)들이 만드는 (국회를 통과해서 공포되는) ‘Act’나 ‘Legislation’이 있고 판사들이 만드는 ‘판례법’ (Case Law)이 있다. 영어권에서는 후자를 ‘Common Law’(보통법 / 관습법)이라 일컫는데 영국에서 시작하여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들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이러한 국가들을 ‘Common Law Countries’라 한다. 영국, 미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인도 등이다. 보통법은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하는 유럽 대륙법과 대립되는 개념으로 영어사용 국가에 퍼져나간 법체계이고 미국을 중시하는 한국에서는 이를 영미법이라 부른다. 즉 한국은 일본과 함께 대륙법을 사용하는 반면 영국의 Common Law를 전적으로 도입해서 사용하는 호주법의 가장 큰 특징은 판례가 곧 법이 되는 ‘판례법 주의’라는 것이다. 즉 호주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은 국회(Parliament)에서 제정한 이민법, 세법, 도로 사용법, 건강보험법 등을 준수해야 할 뿐 아니라 판사들이 만드는 법까지 지켜야 하는 책임이 따르는 것이다.
판례법의 기본 원칙 가운데 한 가지로 ‘Neighbour Principle’이 있다. One must take reasonable care to avoid acts or omissions that could reasonably be foreseen as likely to injure one’s neighbour. 보통의 합리적인 사람의 기준에 따라 나의 행동이나 누락으로 인해 내 이웃이 부상을 입게 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사회 일원으로 타인(이웃)에게 ‘Duty of Care’(주의 의무) 책임이 따른다. 그리고 ‘주의 의무’를 어겼을 때(Breach of Duty) 발생하는 손해, 부상에 대한 보상을 책임져야 한다. 운전자, 의사, 요리사 등 모든 사람들에게 따르는 책임이 있다.
친구집 바베큐 파티에 아내와 놀러갔던 브리즈번 남자가 있었다. 술과 친구를 즐기는 이 남자는 순식간에 곤드레만드레 취해갔고 만삭의 임산부 아내는 남편을 남겨두고 먼저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만취한 남자는 친구들이 불러준 택시에 몸을 맡기고 정신을 잃었다. 친구들이 불러준 주소 26번지를 36번지로 착각한 택시기사는 ‘이 남자를 모른다’는 36번지 주인의 문전박대에 승객을 길가에 떨어뜨려 놓고 경찰을 부른 후 사라졌다. 경찰이 도착하기 전 의식을 찾은 남자는 도로에서 비틀거리다 뺑소니 차에 치여 도로 중앙에 쓰러졌고, 후에 길을 지나가던 다른 차가 길가에 누워있는 남자 위를 지나갔다. 남자는 사망했고 집에서 남편을 기다리던 임산부 아내는 소송을 시작했다. 남편에게 의존했던 여인과 아이들의 경제적 손해, 정신적 충격은 누구의 책임일까. 친구들? 택시기사? 택시회사? 남자 위를 지나간 자동차 운전자? 뺑소니 운전자?
기독교의 진리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를 법률적으로 표현하자면 ‘네 이웃을 부상 입히지 말아라’가 될 수 있다. 누가복음 10장에는 어떤 법률 전문가(expert in the law)가 예수님께 “Who is my neighbour?(내 이웃이 누구입니까?)하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판사들이 만드는 판례법 천국 호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역시 같은 질문하며 살아갈 필요가 있다.
면책공고Disclai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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