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연극보다 빛이 날 시드니 비상업 극단들(non-profit theatre)
연극이 끝나고 난 후, 시드니 교민사회에서 한 가닥 희망의 빛을 찾았다. 다른 곳을 헤매고 다녔지만 정작 우리 안에 있었다는 희망과 예술생산 과정을 이해하는 많은 문화인의 인프라가 시드니 교민사회에 있었다는 것이다.
얼마 전 KBS 월드 라디오 작가에게서 전화 한 통화를 받았다. 미국이나 영국, 일본에 있는 교민사회에서는 연극이나 축제 공연들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호주 시드니에서도 연극을 하는 극단이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재외동포신문에 나와 있는 구운몽2 연극 기사를 봤다고 하면서 인터뷰를 요청해 왔다. 거듭 묻는 말이 우리 같은 ‘연극 극단이 있느냐’, ‘또 다른 예술 문화 단체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SNS가 성행하며 세계 어디에 가 있건 오지가 아닌 이상 국제전화도 무료로 하는 세상에서 이런 질문을 받는다는 게 조금 황당했다. 그만큼 시드니 문화예술은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는 알려지지 않았다는 생각에 조금의 자책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열의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출발점이 언제이냐가 아니다. 달리다 보면 인정을 받고, 달리다 보면 좋은 공연을 알고 보러 와주는 사람들의 참여와 다음 공연을 기대해 주는 것이라 본다.
‘이유 극단’이 생긴 후, 처음으로 마지막 공연인 일요일(11일) 전 좌석 매진이 되었다. 극장 측에서는 “full house”라면서 계속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첫 공연인 목요일(8일) 그리고 금, 토요일(9-10일)에는 관객이 그리 많지 않았기에 걱정의 눈으로 쳐다봤던 극장 측 사람들이었다. 일요일 한 날이 매진되기까지에는 교민사회의 일원으로 있는 이들의 몫이 컸다고 본다.
각자 맡은 역할에 대해 책임과 자부심으로 보여줬던 배우들, 연출부, 그리고 담당자들, 극단 재정 사정으로 취소된 낮 공연 티켓을 사셨던 분이, 화는커녕 배우들 간식거리를 들고 오시어 리허설 장면이라도 보시겠다는 열성, 먼저 전화해서 좋은 공연을 알아보고 학생들의 단체공연을 실행했던 한글학교 담당 교사, 시드니에 있는 다른 연극, 뮤지컬 극단의 단체 관람 매너, 공연 나흘 내내 배우들의 연기 지적, 무대 지적, 테크닉 지적을 서슴지 않고 해주셨던 몇몇 관객분들, 예전에는 보고도 시큰둥한 분위기가 많았는데 보고 나서 정확한 피드백을 해주시면서 ‘호불호’가 나뉜다는 것은 그만큼 관객들의 연극 참여도가 크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또한 공연 진행을 신청한 자원 봉사자 중에는 대기업 직원, 변호사, 카페 바리스터도 있었는데 이들 모두 자발적 봉사 신청자였다 이게 바로 시드니 교민사회가 발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고, 앞으로 시드니 한국 예술문화가 스스로 빛을 발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 될 것이라 감히 말한다.
밥과 빵이 되는, 일용할 양식이 되지 않는 예술이면 어떠랴. 우리가 빵과 밥을 만들면 되겠지. 브로드웨이 연극처럼 거대 자본이 들어가고 거대이윤이 파생되는 곳이 아니고, 정부 단체나 기업인으로부터의 후원이 없기에, 하루 매진이 되었어도 재정적으로는 빚잔치를 해야 할 상황이지만, 언젠가는 ‘빛 잔치’가 될 가능성을 보았으며, 그게 가장 큰 힘이 되리라 믿는다.
강해연 / 이유 프로덕션 & 이유 극단(EU Production & EU Theatre) 연출 감독으로 그동안 ‘3S’, ‘아줌마 시대’, ‘구운몽’ 등의 연극과 ‘리허설 10 분 전’, ‘추억을 찍다’ 등의 뮤지컬, ‘Sydney Korean Festival’, ‘K-Pop Love Concert’ 외 다수의 공연을 기획,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