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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의 호주법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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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상모략

 

OECD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정치계와 부동산 중개업계는 아직 후진국 수준이라고 알려준 후배가 있었다. 호주에서 중, 고, 대학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서 생활하는 이 친구가 또 알려주기를, 한국에는 정치에 관심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한다. 근거부족 속단 같이 들리나 호주에서 살아온 지 40년을 바라보는 이민 1-2세대 중에서도 호주나 세계 정세는 뒷전으로 하고 오로지 한국정치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 없이, 호주 영주를 결정한, 독립투사도 아닌 사람들의 열정이 대단하다.

한국이 세계적인 선진국으로 알려져 있고 호주도 벤치마킹을 했던 분야가 인터넷 보급이다. 전국이 광케이블로 덮여 있는지 속도나 만족도에서 최고를 자랑한다. 그래서인지 컴퓨터 게임도 그렇고 ‘네이버’, ‘다음’, ‘카카오톡’ 같은 Social Network 의 발달도 지나치지 않는지 의심이 든다. 결혼도, 아기도 낳지 않고 컴퓨터 스크린만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아니기를 바란다.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책을 찾던 할아버지, ‘G섹션에 가세요’ 라는 안내원에게 G가 뭐냐고 반복해서 물어보던 모습이 흥미로웠는데 영어뿐 아니라 콩글리시가 판을 치는 한국에서 ‘멘붕’이 영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

한국에서 빈번히 언급되는 단어 중 ‘갑질’ 다음으로 ‘악플’이 아닐까 한다. 악성 댓글을 말하는 것으로 악성과 영어 Reply(답변)를 줄이고 합성하여 만든 ‘악성리플’ 을 더 줄여 ‘악플’이라 하는 나쁜 말로 들리는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악플을 인터넷 대화매체에 올리는 사람을 가리켜 ‘악플러’라고 한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옛날 국민학교 화장실 문과 벽에는 누가 누구를 좋아하고, 누구는 이렇고, 누구는 저렇고, 선생님은 어떻고 등등 못된 유언비어들로 메워져 있었다. 한국에서도 그렇고 호주에서도 그랬다. 그 화장실에 가서야만 읽어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 모든 독극물 같은 내용들을 누구나, 모두, 어디서나 읽어볼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영어에도 악플을 표현하는 말들이 있다. 물론 전적으로 영어다. Bile(쥐어짠 듯한 분노나 증오), Vindictive(앙심을 품고 보복하려는), Poison Pen(중상모략의 글) 같은 단어들이 현재 인터넷상에 돌아다니는 글들 중 이러한 부류들이 많다. 호주 내 한인들만 사용한다는 대화 사이트가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야구선수 박병호를 6년째 따라다니는 악플러가 4만3천개 이상의 박병호에 대한 악플을 달아도 네이버 는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을 핑계로 악플을 방치한다고 한다. 그러나 호주에서는 약간 다르다. 명예훼손 부류의 글들을 실어주는 인터넷 매체도 삭제요구에 불응하면 고소를 당할 수 있기에 그렇다.

금년 3월 NSW 정부는 명예훼손법의 검토를 추진하기로 발표했다. 현재 NSW 주에서 진행되는 모든 명예훼손 소송의 2/3는 인터넷 온라인 발행물에서 시작하는 반면, 명예훼손법(Defamation Act 2005)은 시대적 추세에서 벗어난 모습을 가지고 있기에 그렇다. 화장실 벽 낙서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옛 신문사나 잡지사들은 고소할 대상 가치가 충분히 있었다. 그러나 집도 절도 없는 21세기 무명의 악플러로 인한 명예훼손은 보상을 찾을 길이 없기에 새로운 법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면책공고Disclaimer

위의 내용은 일반적인 내용이므로 위와 관련된 구체적 법적문제는 변호사의 자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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