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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칼럼강해연의 이유 있는 카타르시스 밀어들(89)

강해연의 이유 있는 카타르시스 밀어들(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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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이 착한 척하는 사람에게

 

세상에는 천차만별의 사람들이 있다. 착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착한 척하는 사람이 있고, 부자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자인 척하는 사람, 나쁜 사람 그리고 나쁜 척하는 사람, 가난한 사람과 가난한 척하는 사람 등.

하지만 세상은 또 일과 일분의 일로 나눌 수 없듯, 복잡하면서 단순하다.

 

가끔, 아주 가끔 극단에 이런 사람들이 문을 두드린다.

“한국에서 연극을 했어요. 대학로에서 맨날 살았죠.”

“그 사람 몰라요? 그 유명한 연출님을? 나는 맨날 밥 같이 먹었는데.”

“내가 한국 영화판을 휩쓸고 다녔는데… 그 조감독하고”

 

그 잘 나가던 한국에서, 시드니로 왜 왔냐고 물으면 “한국에서 당한 게 너무 많아서”라는 거의 비슷비슷한 변명을 듣는다. 어쩌다 진짜 이런 바닥에서 일한 사람을 만난다. 아주 드물게. 그런데 그런 사람은 대게 ‘한국에서 도망쳐 온’ 경우다. 한국은 넓고, 호주 시드니 교민사회는 좁다. 그래서 한 사람만 걸치면 다 알게 되는 작은 사회는, 숨은 그림 찾기의 진실과 거짓이 있다. 진실은 단박에 드러나서 단단해지고 친해지지만, 사기꾼이나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들은 더디게 알게 된다. 아니 알려져도 그들은 또 다른 사람에게 가서 사기를 친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속기만 한다. 왜냐고 묻는다면… 모른다. 한국에서의 일은 검증할 수 없을 정도로 넓기에 그렇다고 한다. 말장난처럼 ‘그렇게 말하면 그랬나 보다’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말처럼.

 

사회생활을 하는 중에, 혹은 직장이나 학교 어디선가 어떤 사람은 눈길만 마주쳐도 활력이 넘치는 의욕을 느낄 때가 있다. 혹은 그 어떤 사람은 그림자만 봐도 피가 거꾸로 솟는다. 그리고 얼굴만 봐도 그 좋던 밥맛이 없어지는 사람도 있다. 수상한 사람을 많이 보고 겪었는데도 여전히 다시 사람을 믿고 일하게 되고, 믿고 일하다가 다시 뒤통수를 맞는다. 사람과의 관계는 그래서 힘들다. 그 속을 모르기에. 점쟁이나 하나님이 아닌 이상 모른다. 사람들의 인격이나 성품은 한 길이 아니다. 물길이 ‘한 길’이고 사람 속이 ‘열 길’ 같다. 그래서 열 길 같은 일을 겪은 후에는, 이미 늦었다. 반드시 이별이나 아픔의 피를 보고 만다.

 

이젠 덮는다고 덮어지는 거짓, 쉬쉬한다고 밝혀지지 않는 진실은 없어야 한다. 착한 척했던 사람, 인격 있는 척했던 사람들의 가짜 진실의 껍데기를 버려야 한다.

어느 작은 마을에, 착한 척하는 사람이 착한 사람한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착한 사람은 진실만 말했다. 착한 척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한테 가서 그 착한 사람이 거짓말을 했다고 뒷말했다. 사람들은 착한 척하는 사람의 말만 믿고 착한 사람을 배척했다. 착한 사람은 억울한 생각에 솔직히 말했다. 저 사람은 착한 척하는 사람이지 착한 사람은 아니라고. 내가 착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착한 사람이 착한 말만 해야지 왜 사람을 험담하냐고, 그게 어디 착한 사람이 할 도리냐면서 오히려 뭐라 했다. 그래서 착한 사람은 착한 사람의 도리를 버리고, 착한 척하는 나쁜 사람이 되어 버렸다.

 

이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일이 이곳 교민사회에서도 종종 있다. 정작 착한 사람들은 상처받고 몸을 가눌 곳이 없었다. 특히 종교와 예술 분야에. 그래서 그들은 이곳저곳으로 숨어 교민사회의 일은 나 몰라라 그저 착한 척하는 나쁜 사람 모양으로 살아간다. 진짜 실력자들은 없고 가짜들이 판을 치는 곳이 교민사회라고도 한다. 과연 교민사회는 어떤 사회인가? 어떤 사람들이 많은 것인가? 착한 사람들인가? 아니면 착한 척하는 사람들인가?

 

 

강해연 / 이유 프로덕션 & 이유 극단(EU Production & EU Theatre) 연출 감독으로 그동안 ‘3S’, ‘아줌마 시대’, ‘구운몽’, ‘구운몽 2’ 등의 연극과 ‘리허설 10 분 전’, ‘추억을 찍다’ 등의 뮤지컬, ‘Sydney Korean Festival’, ‘K-Pop Love Concert’ 외 다수의 공연을 기획,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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