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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칼럼[산문광장]부시 워킹 스케치-김인숙/수필가,시드니한인작가회 회원

[산문광장]부시 워킹 스케치-김인숙/수필가,시드니한인작가회 회원

[[산문광장] 부시 워킹 스케치 김인숙/수필가,시드니한인작가회 회원 ]

    Cowan역에서 Brooklyn까지의 부시 워킹, 10시에 시작하려던 것이 늦잠을 자서 11시에 출발점에 섰다. 간밤에 살짝 보슬비가 내렸는지 조금 젖어있는 숲길은 햇살과 미풍에 반짝거린다. 여기저기 하이킹 스틱이 낸 작은 구멍들과 지워지지 않은 발자국들이 주말에 사람들이 꽤 다녀갔음을 말해준다. 월요일인 오늘은 새들과 막 피어나기 시작한 몇종류의 야생화 사이를 오가는 벌들이 내는 소리만 들려올 뿐 한적하기만 하다.

 짝이 되어 오늘을 걷는 남자와 여자는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며 좁은 숲길을 나아가는데,‘좋은 아침’하며 홀로인 여자가 날렵하게 지나간다. 짝수인 여자는 홀수인 여자를 잠깐 꿈꾸듯 바라본다. 몇십분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그렇게는 험하지 않은 산길을 걷는다. 자유로운 기분, 건강한 느낌과 행복감이 온몸 가득 차오른다. 자연은 인간에게 자유함과 담대함을 주노니.. 위버멘시의 지혜가 공기 중에 맴도는 것 같다. 이번에는 두 소녀가 남자와 여자를 추월한다. 그런데 소녀 하나가 빨간 장미꽃다발을 가슴에 안고 걷는다. 꽃이 예쁘다고 한마디 건네자 뒤돌아보며 살포시 미소짓는다. ‘오늘이 생일일까?  아니면 목적지에서 기다리는 누군가에게 줄 선물일까?’뜻하지 않은 장면과 의문을 산길에 남기고 멀어져 가는 소녀들을 향해 갑자기 ‘뻐꾹 뻐꾹’ 뻐꾸기소리가 배웅한다. 숲에만 오면 새가 되는 남자, 자신의 뻐꾸기 소리로 진짜 다른 뻐꾸기를 불러들였다는 전설같은 이야기를 다시 들려주는 남자는 얼른 수풀에 맺혀있는 물방울에 손을 적셔 다시‘뻐꾹  뻑뻐꾹’새가 된다.                   

 자주빛의 둥그스럼한 바위틈으로 난 길을 지나고 비를 피할 수 있는 처마처럼 휘어진 환한 노랑과 주황색의 사암 큰바위도 지난다. 크고 작은 나무와 바위가 어울어진 숲을 만끽한다.  붉은 옹이가 울툭불툭 튀어나온 커다란 검트리 나무둥치, 그 중 커다란 옹이에  어릿광대 얼굴처럼 코와 입이 생성 돼 있다. 지나치던 남자는 다시 돌아와 그 얼굴에 두 눈을 살짝 새겨 넣는다. 웃음짓는 나무는 이제 여기를 지나는 모든 이에게 환영의 인삿말을 건넬  것인가? 멋있는 자연 조각가가 되었다고 스스로 극찬하는 남자의 내면에는 일곱살 난 아이가 장난스럽게 팔딱거린다.

 계속되는 내리막길은 계곡 바닥까지 이어지고 졸졸거리는 물줄기를 지나 이젠 오르막 길, 굽이치는 숲길을  돌아나가니 앞 시야가 뻥 뚫리면서 만이 나타난다. Jerusalem Bay 이다. 고적하고 아득한 만에 하얀 요트가 한척 그림처럼 떠 있어 더욱 아름답다. 바닷물이 얕아 물놀이 소풍객이 많다는 이곳의 여름, 내면의 여자아이는 벌써 풍덩 물속으로 뛰어든다. 바닷가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는데 앞서 간 장미꽃 소녀들이 물가 바위에 앉아서 쉬고 있다. 12km 구간 중에서 겨우 3km 지점에 있으므로 여자와 남자는 가던 길을 재촉한다. 30여분을 가파르게 오르다가 산중턱에 마련된 벤치를 발견하고 쉬는 시간을 갖는다. 대부분의 벤치에는 작은 팻말이 붙어있다. 생몰날짜와 이름, 기억의 의자이다. 이곳을 좋아했었을까?  이곳에서 죽었을까?  쉼터에 앉아 모르는 그를 추억한다. 그러던 중 바닷가에서 쉬던 두 소녀가 오고 있다. 두번이나 추월을 하니 역시 젊은 발걸음이 부럽다. 그런데 한 소녀가 들고있던 꽃다발이 사라졌다. 등에 맨 배낭에 구겨넣을 리는 없을텐데…. 남자가 불쑥 장미꽃의 행방을 물어본다. 소녀는 배시시 웃으며 거기에 두고 왔다고 대답한다. 여자는 슬쩍 남자의 팔목을 잡아챈다. 그리고는 두눈을 마주치며 꽃이 바닷가에 있어야만 하는 사연을, 어쩌면 슬픈 꿈같은 소설을 푸르른 바닷물에서 건져올린다.

 얼마 후, 아주 큰 검트리 둥치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소란스럽다. 지상 2m부근에서   수많은 꿀벌들이 들락거린다. 남자는 가까이서 살피더니, ‘좀 먹어 볼까?’하는 표정으로 구멍에 꿀이 가득하다고 한다. ‘그대 안에 꿀 좋아하는 푸우도 들어 있었나요?  벌집 때문에 그대 얼굴이 벌집 되는 걸 원치 않아요. 빨랑 가던 길 가시죠.’ 그림 잘 그리는 아이, 새가 되고픈 아이, 아기 곰 푸우를 닮은 아이, 여자는 얼른 세 아이를 다독이며 산행을 서두른다. 이제 반쯤 왔을까?  길은 좀 넓어지며 완만하게 오르내린다. 몇 개의 산과 언덕을 넘었을까? 오후 인사를 건네며 훌쩍 지나간 엄마와 딸과 아들이 힘좋게 걷다가 한켠에서 사진을 찍는다. 저 멀리 브루클린인가? 몇개의 아치로 이루어진 다리가 이순간 연분홍 색으로 빛나며 강위에 아련히 걸쳐쳐 있다.

 그림자가 길어지기 시작했다. 급경사진 내리막으로 청년 셋이 기세좋게 뛰어내려 온다. 등에는 큼직한 배낭을 모두 메고 있다. 겨울의 짧은 해가 지기 전에 텐트를 치려는 듯 왁자지껄한 여운을 남기며 휙하니 사라진다. 텐트 안에서 밤새 차가워질 그들 이마에 포근한 별빛이 새겨지길 기대한다. 목적지에서 2km 떨어진 브루클린 댐에 도착한다.  갈대밭과 수련이 여기저기 떠 있는 숲속의 큼지막한 연못 같다.  낮은 산과 나무와 구름의 풍경이 데깔꼬마니처럼 수면에 고즈넉이 들어가 있다. 비스듬히 비치는 늦오후의 빛 효과로, 실물색보다 하늘은 더욱 푸르고 구름은 솜털같으며 산의 능선은  부드럽게 누워있다.

 브루클린에 다다르다. 여자는 아픈 다리도 아랑곳 하지않고 옛 건물들이 예쁘게 남아있는 Hawkesbury River 역 주변의 거리를 살핀다. 행여 뮤지컬 극장은 없을까? 여자에게는 노래 좋아하는 내면의 아이가 있었네. 미시시피 강가에서 모험을 즐기는 헉클베리 핀과 톰이 있었네. 저기 헉스베리 강을 건너 밤배처럼 불을 밝힌, 오늘의 여자와 남자를 태울 기차가 서서히 플랫폼으로 들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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