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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수 칼럼 – 대사관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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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주 지성수 칼럼(#1369호, 15/11/2019)은 작가의 요청에 따라 ‘시드니 스캔들(제5화 – 검사와의 악연)’ 연재 대신 아래 내용으로 대체합니다. [편집자 주]

친구인 박세진 교수는 아내가 아델라이드 한인회장이 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실무자가 없는 그곳 한인회의 여러 가지 업무를 뒷바라지 하고 있다. 아래 글은 박 교수가 최근에 페북에 올린 글이다.

9일(토요일)에 애들레이드 한인축제에서 공연하기 위해 오는 서천군립 무용단 15인이 내일 아침에 도착하기로 되어있어서 그 운송, 외의 시중을 들어야 한다.

– 서천무용단은 본래는 멜번의 한인축제에서 공연하러 오는 것인데, 대사관의 추천으로 일주일 후에 있는 애들레이드에서의 축제에서도 공연을 하기로 했다. 대사관이 항공료와 숙소비를 내고 한인회가 애들레이드에서의 버스대절 등, 교통비용과 하루 관광, 식사 대접 등을 맡기로 했다. 그런데 무용단이 축제 하루 전에 오는 것이 아니고, 6일 전에 온다. 6박7일이다. 그 비용을 대사관이 대니, 공연단은 어디선가 공연을 한 번 더 하도록 요구를 받았다. 그래서 수요일에는 애들레이드에서 차로 한 시간되는 거리에 있는 중고교에서 하기로 했다. 교통은 역시 한인회 담당이다.

– 하루는 관광, 하루는 중고교에서 공연, 하루는 한인축제에서 공연, 그러면 다른 날도 한인회가 매일 시중을 해야 하나? 식사비용은 대사관에서 공연단에 숙소비용과 같이 주기로 했지만, 한인회가 뭐를 어느 정도 해 주어야 하는 지가 정확하게 합의가 동의되어있지 않다. 한인회가 의논하고 합의를 본 것 만하면 무용단이 외국인 호주에서 곤란 할 것도 같다. 그러나 매일 같이 있으며 시중을 하기는 어렵다. 이런 종류의 문제로 앞으로의 일주일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이 글을 보고 내가 겪은 대사관과의 경험이 생각났다. 바야흐로 이명박 시절이었다.

호주의 장애인 시설을 돌아보기 위해서 한국에서 선발된 10명 정도의 학생을 안내하는 일정 중에 캔버라 한국 대사관을 방문하는 순서가 있었다. 나는 장애인 문제와 대사관과는 아무 관계가 없기 때문에 대사관 방문은 피차에 시간낭비일 뿐이라고 조언을 했지만 그 동안 대사관을 통하여 섭외를 했고 대사관에서도 방문을 원하는 면이 있다고 해서 시간을 잡았다. 아마 대사관 사람들이 업무 보고할 거리가 필요했던 것 같았다. 단순히 교섭만 해준 것 보다는 장애인 대학생들의 공관방문이라 하면 그림이 더 그럴듯해 보이지 않는가?

총영사. 참사관, 직원이 나와서 일행을 따듯한 태도로 맞아 주었고 중간에 대사까지 잠시 짬을 내어 주어 인사말씀도 해주었다. 대사는 인사만 하고 자리를 뜨고 총영사와 대화중에 국가의 큰 일(4대강을 암시하는) 때문에 예산은 삭감되고 환율을 높아져서 대사관의 운영이 어려워서 교민들에게 제공해야 할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기가 어렵다면서 물 밖에 대접할 수 없음을 무척 미안해했다.

사실은 예산에 쪼들리는 학생들 측에서 혹시 점심시간이니 점심을 해결해 줄 수 없겠느냐는 뜻을 조심스럽게 표현했지만 유감스럽지만 예산 사정상 그럴 수가 없다는 답을 이미 들었었다. 아마도 대사관에서는 자기들 수준으로 생각해서 10명을 대접하자면 돈이 많이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 동안 학생들의 식사 중에 제일 많은 액수가 180불이었다.

그날 대사관 측에서 학생들에게 제공된 20여 개의 생수 값도 40불은 되었을 것이다. 나올 때 나는 일부러 학생들에게 큰 소리로 “얘들아! 이 생수도 세금으로 산 것이니까 하나도 남기지 말고 모두 챙겨라.”라고 했다.

결국 대사관 앞에서 직원들과 ‘김치~’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켄터키 치킨에 가서 80불을 내고 점심을 해결했다.

한 해에 대사관에 오는 손님도 많을 것이다. 한국에서 국회의원이나 유명인사가 오기도 할 것이고 따라서 상대에 따라 예우를 하는 관행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관행에 대학생들은 생수 한 병으로 대접하라고 되어있기라도 한 것일까?

일생에 한 번, 수많은 경쟁을 뚫고(대사관은 그들이 어떤 경과를 통해서 호주에 오게 되었는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호주까지 온 장애인 대학생들에게 200불을 쓸 수 있었다면 그 돈은 고국에서 오는 어느 고위 인사를 접대하는 것 보다 훨씬 가치가 있었을 것이다.

아들 딸 같은 장애인 대학생들이 점심시간이 임박해서 찾아왔는데 ‘예산 사정이 어렵다’고 했던 그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정치학 교수 출신으로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에 들어갔다가 호주대사로 왔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참으로 명박스럽게 느껴졌다.

새벽에 눈 비비고 일어난 토끼는 깊은 산속 옹달샘에 가서 물만 먹고 왔지만 우리는 캔버라 한국 대사관에 가서 물만 먹고 왔다.

지성수 / 목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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