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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수 칼럼 – 시드니 스캔들 (제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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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캔들’의 어원은 원래 헬라어 ‘스칸달론’이다. 스칸달론은 ‘징검돌’ 혹은 ‘걸림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같은 ‘돌’이 사람에 따라서 ‘징검돌’이 될 수도 있고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추적 60분

1999년도에 한국에서 KBS ‘추적 60분’팀이 와서 프로그램 만드는 일에 현지 PD를 한 적이 있었다. 한국이 IMF 시대를 맞은 이후 무작정 떠난 사람들의 실상을 취재하는 것이었다.

취재의 의도는 탈출구로서 해외 생활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호주의 현실을 바로 보도록 안내하는 것이었다. 취재의 목적에 적당하게 IMF 난민으로 온 사람들은 많았지만 그들을 취재에 응하도록 설득하는 것에는 애를 먹었었다.
왜냐하면 한국을 떠날 때 기대하고 왔던 것과는 전혀 딴판인 현실에서 고생하고 있는 모습들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은 자기 혼자서 계획해서 호주로 오기보다는 누군가의 소개로 온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아도 실업률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는 호주에 일자리가 많다고 알고 오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대개 전반적인 상황을 분석할 줄 모르는 다른 사람들의 부정확한 정보를 믿고 관광비자로 무작정 입국을 한 것이었다.

이들이 몸만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란 기껏해야 농장이나 건설 현장에서 막노동 밖에 없다. 일거리를 따라서 옮겨 다녀야 하는 농장 일을 하는 것도 단순한 일이 아니다. 관광 비자를 가지고 일을 하고자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일하는 방식까지 모든 것이 호주의 현실과 맞지 않다 보니 온통 막히는 것들뿐이다.
더욱이 일을 하고도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서 가뜩이나 고단한 사람들이 더욱 더 절망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돈을 받지 못한 채로 비자 만기 3개월을 이럭저럭 지나다가 끝내 그냥 돌아갈 수 없도록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사기를 당하거나 손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것을 무조건 믿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자기들이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내용들이 정확한 근거가 없거나 과장된 것이 많았다. 처음에는 피해를 당했다고 하는 사람과, 일을 시킨 사람이나 일을 소개해준 사람의 주장이 서로 너무 달라 혼돈스러웠지만 나중에는 실마리가 조금씩 풀렸다. 그것은 다분히 심리적인 현상에서 나온 것이었다.

1980~90년대 시드니 한인촌은 서부 캠시 지역이었다. 당시 한인 식품점중 하나였던 대한식품점(1991년)의 사진 및 캠시 주 거리인 비미쉬(Beamish) 스트리트의 한인 잡지사 주간생활정보, 하나기획, 한인병원의 간판들 사진. (출처: 캔터베리 카운슬/Mlgration Heritage Centre)

장밋빛 희망을 품고 왔지만 아무런 희망을 발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실망만 점점 쌓이게 되어 마침내는 실망과 분노를 쏟아 부을 대상을 어디선가 찾게 된다. 흔히 우리가 무엇인가 불만을 삼고자 할 때 전혀 자기와 관련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는 일이다.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대상이 자기들의 주변 사람들 가운데 조금이라도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사람들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까닭에 자기에게 돈을 받고 호주로 오도록 소개한 사람들이나 직업을 소개하는 사람들을 원망할 수밖에 없다. 그런 심리 상태에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돈을 받았다는 자체가 그야말로 휘발유에 성냥을 그어버린 꼴이 되어 버린 것이다.
설령 돈을 조금이라도 모은다고 해도 힘들게 번 그 돈이 또 다시 돈을 벌 시간을 얻기 위한 비자 문제를 해결하는데 모두 들어가게 마련인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다. 취재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그 동안 돈을 벌어서 한국에 돈을 보냈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교민사회는 어디나 액수가 크든 작든 먼저 온 사람들에게 사기를 당한 스토리가 많다. 그러나 이것은 한국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지에 대한 정보, 네트워크, 자본 등 모든 것이 짧은 가운데 무리해서 무엇인가를 하려다 보니 실패를 해서 결과적으로 사기가 되는 경우도 있다. ‘몰라서 당하는 사기’도 많지만 ‘몰라서 하는 사기’도 있는 것이다. 물론 어디나 고의로 사기를 치는 사람도 있다. 이민 사회의 특징은 융통성이 적고 적법 보다는 편법이 더 횡횡한다는 것이다.

외국에 오면 한국에서라면 당하지도 않고 하지도 않을 일을 (당)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호주는 특별한 기술이나 돈이 없이 맨 손으로 와서 돈을 벌 수 있는 사회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대책 없이 무작정 밀려오는 사람들이 늘어날 때, 그들 중에 소수가 극단적인 상황에 처해서 도저히 정상적인 방법으로 살아갈 수가 없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는 일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호주는 바닥에 떨어진 아시안의 처지를 이해 받거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사회이다. 오히려 본인은 냉정한 대가를 치를 뿐 아니라 개인의 실수가 한인 사회 전체에 대하여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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