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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의 호주법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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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걸려온 문의

“따르릉! 따르릉!!” 전화벨(링톤)이 울린다. 칼퇴근에 익숙한 직원들이 떠난지 오래된 사무실 안은 붉은 석양의 키다리 그림자들만 훨훨 춤추고 있었다. 귀가를 서두르며 가방을 들고 일어서는데 깜박이는 전화기가 응답을 강요하는 것이었다.

‘받을까? 말까?… 받자. Who knows. It could be the next million dollar case’

“여보세요? 변호사 사무실이지요? 변호사님과 통화할 수 있을까요?”

‘무료상담을 원하는 것일까?’ 아주 가끔 이름도 밝히지 않고 전화문의하는 한국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대답할 여유도 주지 않고 이어가는, 매끄럽다 못해 기름진 목소리 남자의 말솜씨로 인해 의자에 다시 앉으며 짜증이 날 무렵 남자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여기는 한국인데요 호주에서 채권회수 업무 관련하여 문의드릴 것이 있어서요. 한국에서는 파산신고를 해놓은 사업가가 알고 보니 시드니로 재산을 빼돌려 부인과 자식의 이름으로 부동산을 구입해 놓았더군요. 지금은 온 가족이 시드니에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한국 채권자들의 의뢰를 받아 전화 드리는 데 법정 고소를 통해 돌려받으려 합니다.”

‘아 소송업무 문의로군. 재미있겠다. 부동산 소유를 확인하고 시드니 대법원에서 소송을 시작해야겠군…’ 머릿속에서는 이미 소송절차가 정리되었고 대법원 재판 광경 상상만으로도 엔도르핀이 분출되고 있었다. 한국에서 전화문의 받는 경우는 가끔 있다. 일반적으로 호주 거주자나 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업무 관련 문의들이다.

“그런데 저희는 채권회수를 전담하는 준 정부기관으로 회칙상 일반 기업과 달리 변호사 수임료를 먼저 지불할 수 없습니다. 변호사 수임료는 성공 보수 조건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도와주실 수 있겠는지요?”

‘음… No Win No Fee 조건이라… 보험회사를 상대로 한 상해업무라면 그렇게 처리하겠는데… 상대로부터 돈을 받아낼 수 있다는 보장도 없는데 괜히 시간낭비 아닐까?’ 썩 내키지는 않았으나 모국 준 정부기관의 부탁이고 ‘국제변호사’가 된 듯한 착각도 나쁘지 않아 거절하기 싫었다.

다음날 준 정부기관 직원으로 부터 다시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십니까. 저희 의뢰업무를 맡아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그래서 이번에 저희 회사 임원 3분께서 시드니로 출장을 다녀오시려 합니다. 변호사님도 뵙고자 하시는데 시간이 가능하시겠습니까? 저는 가지 않습니다.”

‘요즈음 어떤 소송건도 이메일로 충분히 시작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 3명이나 시드니에 뭣하러 온다는 걸까? 변호사를 만나러 오는 것일까? 변호사 인상을 확인하고 싶은 것일까? 핑계차 놀러 오는 것일까?’ 골프 치자는 것도 아니고 한낱 만나자는 요청이니 상담비를 지불하지 않아도 만나주자는 생각이 압도적이었다.

준 정부기관 직원은 다음날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정말 죄송한 부탁이 있는데 이번에 가시는 저희 임원 3분을 시드니 공항에 나오셔서 픽업해 주시겠습니까?”

‘어라? 이건 또 뭐지? WTF? 공항픽업 서비스??’ 처음 듣는 아주 뜻밖의 요청이라 잠시 멘붕 상태에서 허둥대다 거절했다.

다음날 준 정부기관 직원으로 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다른 한인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통보였다.

그로부터 4-5년이 지나서 NSW 변호사협회 소식란에서 귀에 익은 한인 변호사의 자격정지 공지를 읽게 되었다. 그 후 변호사협회가 그 변호사를 상대로 법적소송을 시작한다는 소식도 들리더니 판결문도 발표되었다. 대충 훑어보니 내용인즉 대한민국 준 정부기관의 업무를 수임하여 시드니 대법원에서 민사소송을 시작하고, 상대측과 합의하여 수십만불의 합의금을 받아낸 변호사의 행적과 정작 합의를 해놓고도 자신의 변호사로부터 합의금을 전달받지 못해 안달했던 대한민국 준 정부기관의 이야기였다.

면책공고Disclaimer

위의 내용은 일반적인 내용이므로 위와 관련된 구체적 법적문제는 변호사의 자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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