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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의 호주법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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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PER

Conduit 은 한국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영어 단어일 것이다. 사전을 찾아보면 (액체나 기체를 통하게 하는) 도관, (전기가 흐르는) 전선관, (농업용수가 흘러가는) 도랑 등으로 표현되고 있으나 실생활에서는 경로, 통로, 루트(route), 수단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평범한 일상생활 대화에서는 흔히 언급되지 않는 ‘고급’ 단어이다.

Counsel 역시 이민자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로 ‘상담’, ‘조언’, ‘변호사’, ‘변호인’으로 번역된다. 심리 상담사는 카운셀러(Counsellor)라 부르고 변호사는 그냥 Counsel 이라 하는데 이것 역시 일반인에게는 생소할 수 있다. 호주에서는 법정변호사(배리스터)들만 Counsel이라 불린다. 소수의 배리스터들에게 주어진 QC라는 칭호는 Queen’s Counsel의 약자다.

근간 시드니 여성 배리스터가 타 배리스터들을 ‘Conduit’이라 일컬어 물의를 일으켰다. 소송진행 중 조언자 역할을 포기하고 도랑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맡아 놓고 도랑을 자청하는 변호사들도 있으며, 이 같은 변호사들의 호전적이고 무모한 행동은 복수로 불타는 소송 당사자들의 도관 역할을 할뿐이라는 것이다…

지구상 모든 법치국가의 변호사들이 지켜야할 공통된 기본 의무(Duty) 몇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중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고객에 대한 의무’(Duty to Clients)가 있다. Solicitors must act in a client’s best interests(변호사는 반드시 고객의 최고이익을 위해서 일해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우월한 의무가 있으니 그것은 Duty to the Court and the administration of justice(법원에 대한 의무와 법-정의-를 집행해야 하는 의무이다). 고객의 최고이익(best interest)이란 고객이 원하는 것과 일치하지 않을 경우가 있을 뿐 아니라 위법행위가 될 수 있기에 그렇다. 변호사에게 고객은 왕이 아니고 변호사는 고객의 하수인이 아니다. 삼성이나 애플 같은 대기업 고객의 요구라도 변호사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 무조건 수용해야할 일이 아니다.

변호사를 껌 취급하는 고객의 민사소송 건에서 그의 다섯 번째 변호사로 일해 본 경험이 있다. 오랜 시간 차곡히 쌓여진 따돌림과 무시가 발효하여 분노와 원한으로 부글거리다 급기야 폭발해 시뻘건 마그마를 연일 분출하고 있었다. 억제할 수도, 억제되지도 않았다. 이유를 불문하고 감정조절기 고장으로 판단력을 상실하여 매 사건 적대적이고(belligerent) 법적으론 우둔한(unintelligent) 방식만 고수하는 사람이었다. 이런 고객은 변호사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기 일쑤다. 정작 함께 일해 보니 카리스마 넘치는 고객에 대한 동정과 동지의식은 생기나 고객의 감정이 변호사에게 전도되서는 안 된다. 더구나 변호사가 피의 복수를 실행하려는 무자비한 고객의 단순한 수단(Conduit)이 되어서도 안 된다. 이러한 고객들 대다수는 형사건이 아닌 민사건으로 접하게 되고 특별히 가정법이나 명예훼손 문제로 골치를 앓곤 한다. 가정법원에서 부부는 남남이 되는 것이 아니라 철천지 원수로 전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럴 때 변호사의 본색을 발견할 수 있다. 옳은 말을 했다가 해고당하는 변호사도 있고 고객의 의지를 그대로 전송하는 변호사도 있다. 변호인단을 자주 바꾸는 고객일수록 신뢰하기 어려운 사람들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요한복음에서는 성령(Holy Spirit)을 마치 변호사와 같은 존재로 묘사하고 있다. 성령을 Advocate, Comforter, Counsellor와 더불어 Helper라 부르고 있는데, 고객이 변호사를 대할 때 (Paid) Helper로 생각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본다.

면책공고Disclaimer

위의 내용은 일반적인 내용이므로 위와 관련된 구체적 법적문제는 변호사의 자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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