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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칼럼세상의 모든 행복- NGO 활동가의 현장 이야기(9)

세상의 모든 행복- NGO 활동가의 현장 이야기(9)

[이효실]

나눔을 외치는 사람들

세상의 모든 관계가 그러하지만 필자는 후원자와 아동의 관계도 쉽게 맺어지고, 쉽게 끊어지는 가벼운 관계가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지구 반 바퀴를 건너, 사진으로 밖에 알지 못하는 존재라고 할지라도 때때로 아이에게 후원자는 그 아이의 꿈과 희망을 유일하게 지지해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한 후원자에게는 자신의 것을 희생하며, 자신의 것을 나누는, 일반적인 관계와는 조금은 다른 의미를 가진 관계이기 때문에 조금 더 특별한 것 같다.

우리 기관은 다행스럽게도 후원자들이 미국에서 한국으로, 한국에서 호주로 이동을 하더라도 계속 동일한 아이를 지원하고 함께 할 수 있는데, 아이가 자라는 모습은 옆에서 지켜보는 나에게도 감동인데, 후원자들에게는 얼마나 큰 감동이 될까? 때때로 후원자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나눔이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일”이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것은 아마도 이런 맥락에서 내가 누군가의 인생에 아주 긍정적이고, 특별한 영향력을 줄 수 있었던 것에 대한 기쁨과 보람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눔을 외치는 사람들, ‘펀드레이저’는 이 관계들이 잘 형성되고, 유지되며, 이들이 잘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도록 서로의 상황을 전달하며,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이다. 오늘은 나눔을 외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볼까 한다.

우리 기관은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총 35개국에 사는 아이들을 지원하기 위하여 한국,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5개의 모금국(Fundraising Countries)에서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펀드레이징’이라는 분야가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굿네이버스 호주가 모금국으로 ‘펀드레이징’을 진행하고 있다고만 설명을 해서는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은 것 같다.

나는 ‘펀드레이저’로 10년 가까이 일을 해왔고, 지금도 모금국 사무국의 대표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어떻게 하면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한다. 펀드레이저는 도움이 필요한 곳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대안과 개선책을 제시한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그 상황을 알리고, 상황을 개선하기 원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현장에 그들의 도움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현장의 상황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되도록 돕고, 결과를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보고하는 업무를 포함하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던 소반(당시 13세)은 유일한 수입원이던 할머니가 다친 이후에 수입이 하나도 없는 상태였다. 상황이 너무 어려워지자 할머니께서 소반을 인력 브로커를 통해 태국으로 보내려고 하는 찰나였다. 나는 긴급 모금을 진행하여 아이가 할머니와 계속 살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할머니의 치료와 가정 내에서 수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술 교육을 진행하였다. 내가 펀드레이저로서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은 한 아동의 삶의 변화를 포함하여 우리가 사는 이곳이 ‘더불어 사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거시적인 변화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소반이라는 이름의 한 아동을 도운 것이지만, 캄보디아에 살고 있는 많은 아동의 삶의 일면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한 사람 한 사람의 도움을 통해 아이의 삶이 변하고, 그 아이가 속해 있는 가정이 변하고, 그 지역사회가 변하는 것을 보는 것은 펀드레이저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리워드(Reward)가 아닐까 싶다. 그런 경험들이 없다면 필자 역시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어느덧 내 역할도 슈퍼비전을 주고, 동기부여를 해줘야 하는 시니어의 위치가 되었다. 처음 펀드레이저로 입문하는 친구들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첫 마음의 열정 못지않게 전문성과 책무성 등 직무로써 요구되는 많은 자질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진정성’이다. 나는 현장에서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아이들의 고단한 삶을 마주했을 때 책임감 이상의 그 무엇을 느낀다. ‘이 아이들을 꼭 도와줘야지!’ 하는 차원을 넘어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왜 한 사람 한 사람이 마음을 모아서 돕는 것이 필요하고 중요한 일인지, 그것이 과연 사회에 어떤 역동을 불러일으키는지’ 하는 조금 더 근본적인 관점에 대한 부분이다. 이에 대한 고민 없이는 직업으로서든, 개인의 ‘사명’ 차원에서든 이 일을 지속하기 쉽지 않으며, 또한 그 고민을 통해서 진정성을 배워가는 것 같다.

하지만 그 고민은 단순히 나눔을 외치는 사람들만의 몫이 아닌 ‘더 많은 우리가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원하는 사람들, ‘다음 세대들이 적어도 기회의 균등만큼은 보장받으며, 아이는 아이답게,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를 바라는 우리 모두의 몫일 것이다. 그 마음의 진정성이 서로에게 전달되어,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는 세상, 약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살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세상이 되기를 오늘도 마음으로 바라본다.

이효실 / 국제구호개발NGO ‘굿네이버스’ 호주 사무국장. 후원문의 / 0416 030 381, gnau@goodneighors.org / Homepage. goodneighbors.org.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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