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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칼럼세상의 모든 행복- NGO 활동가의 현장 이야기(6)

세상의 모든 행복- NGO 활동가의 현장 이야기(6)

[이효실 / 국제구호개발NGO '굿네이버스' 호주 사무국장. 후원문의 / 0416 030 381, gnau@goodneighors.org / Homepage. goodneighbors.org.au ]

나는 여자아이입니다. 나는 엄마입니다

젠더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젠더와 관련된 아젠다를 이야기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오늘 젠더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데, 이는 여자아이들이 겪어야 하는, 그리고 소중한 우리 아이들이 이 세상에 태어나기 위해 엄마가 겪어야 하는 이야기이다.

결혼에 적절한 나이라는 것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일반적으로는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성인이 되기도 전에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다양한 외부 환경으로 결혼이라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이벤트를 겪어야 하는 소녀들이 있다. 어떤 이는 그 사회에서 가족과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문화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고, 어떤 이는 조혼의 주요 부정적인 측면으로 이야기 되는 건강상의 이유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반론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갑론을박을 떠나 한창 학교에 다니고 꿈을 꿔야 할 나이에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는 삶으로 인생이 정해진다면 이것은 좀 다른 문제가 아닐까?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따르면 어린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로 “생존, 보호, 발달, 참여권”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조혼은 이 네 가지의 아동 권리에 모두 반하는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특히, ‘모성 보건’과 관련하여 어린 나이에 출산을 하는 위험은 열악한 의료 환경으로 인해 산모의 생명이 위협받는 환경에서 여자아이들의 ‘보호권’은 철저하게 박탈되게 된다. 통계적으로도 어린 여자아이들이 출산과 관련하여 다른 산모에 비해 더 높은 위험에 처해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인도에서 만난, 자녀를 6명이나 낳은 ‘엄마’는 아직도 어린 소녀였다. 글자를 읽지 못해서 여전히 학교에 가고 싶고, 학교에 가는 친구들이 아직도 부럽다는 그 소녀는 자신의 딸만큼은 자신처럼 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이미 많은 식구에 딸 역시 본인과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우리 기관은 이러한 소녀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지켜주기 위하여 지역 사회에서 조혼을 반대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애드보커시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 만난 14살 소녀는 조혼으로 결혼을 앞두고, 그 결혼이 하기 싫어서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 사례 담당자가 아동의 부모님을 만나고, 지속적으로 아이의 상황에 대해 같이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가 조혼 대신 학업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 이후 아이는 차일드 클럽(Child Club)에서 활동하며 본인과 같은 상황에 처한 여아들을 돕기 위해 조혼 방지 캠페인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조혼과는 또 다른 위기에 처해있는 여성들이 있다. 바로 임신과 출산을 앞두고 있는 여성들인데, 출산은 기대와 기다림의 시간인 동시에 어떤 여성들에게는 걱정과 두려움의 시간이 된다. 출산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가 부족하고, 열악한 의료시설, 낙후된 시골 지역에 사는 여성들은 더욱 이런 위험에 노출되어 막연한 불안의 시간을 겪게 된다. 아직도, 매일 약 830 명의 여성들이 임신, 출산과 관련된 이유로 사망하고 있으며, 이러한 일의 99%가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또한 출산 전후로 사망하는 신생아 수는 7,347명에 달하는데, 이러한 사망자 중 90%는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만으로도 예방이 가능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엄마가 되는 순간에 본인의 생명의 위협과 함께 아이들을 잃는 슬픔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하는 여성들이 오늘날에도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단순히 ‘여성’이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선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반드시 지켜 주어야 할 어린 소녀들의 소중한 꿈과 희망, 그리고 숭고한 생명의 탄생이 고통과 슬픔이 되지 않기를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의 꿈을 응원해주고, 우리가 상식적이고 자연스럽게 누리고 있는 많은 것들이 아직 어떤 이들에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임을 알려주는 것이 NGO 활동가로 일하고 있는 내가 가져야 하는 책무성 중에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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