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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칼럼김태련의 한방 역학 살롱(54)

김태련의 한방 역학 살롱(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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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병

 

세종대왕은 서른 무렵에 이미 당뇨병을 얻었다. 실록에 의하면 43세이던 6월에 “소갈증이 있어 열서너 해가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 나았다”고 하였다. 같은 해 7월에는 “소갈병을 앓아서 하루에 마시는 물이 어찌 한 동이만 되었겠는가”라고 하여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고생하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러다 46세에는 소갈에 눈병이 심해져 도저히 정사를 볼 수 없자 중국과의 외교관계와 군정 이외의 모든 사무를 세자(훗날의 문종)에게 맡겼다.

 

소갈뿐이랴? 그는 젊은 시절부터 온갖 질병에 시달렸는데 눈병에 각기병, 임증(비뇨기 질환), 종기, 설사, 이질, 두통, 부종 등에도 두루 시달렸다. 그 중에서도 주된 병은 소갈, 즉 당뇨병이었고 나머지는 당뇨병의 합병증으로 볼 수 있다. 장기간의 격무로 심신이 피로한 상태에서 과도한 영양섭취와 운동 부족이 이러한 병증들을 초래했다. 기록을 보면 상왕인 태종은 서거하기 전 “주상은 고기가 없으면 밥상을 받지 않으니 내가 죽으면 상중에도 고기를 올리라”는 유지를 내렸다. 세종은 몸도 비만형이었고 고기 마니아였으며 운동에는 전혀 흥미가 없었다. 문제아 며느리들 때문에 한동안 골머리를 앓다가 왕비와 아들들의 연이은 사망으로 인해 상심한 나머지 병이 심해져서 사망에 이르렀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뇨병의 원인

 

당뇨병을 한의학에서는 ‘소갈’이라고 부른다. 소(消)는 태운다, 소모한다는 뜻이고 갈(渴)은 마른다는 의미로, 음식을 먹으면 금방 배가 고프고 입이 말라 자꾸만 먹고 마신다는 뜻으로 붙여진 병명이다. 한의학적 시각으로 보자면 뱃속, 즉 위장과 대장에 열이 많아 음식물을 빨리 소화시키고 열이 올라와 답답하면서 입이 마르는 상태다. 실제로 세종이 앓았던 질병들은 대개 당뇨병으로 인해 생겨나거나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고혈당에 의한 삼투압 증가 등으로 백혈구의 기능이 감소되고, 모세혈관의 벽이 두꺼워져 백혈구의 이동이 방해를 받는가 하면, 인슐린과 영양소 등이 혈관 밖으로 확산되는 것도 감소된다. 따라서 면역력이 떨어지고 치유가 느려 각종 균의 피부 내 침입이 용이해지는 것이다. 실제로 당뇨병을 유발하는 환경인자로 고령, 비만, 스트레스, 임신, 감염 등이 있으며, 요즘 유난히 당뇨병이 급증하는 현상은 과도한 음식물 섭취와 운동량 감소로 인한 비만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당뇨병 환자가 알아야 할 식이요법

 

세종은 종종 팥물밥을 들었다고 전해진다. 팥의 찬 성질과 기운을 아래로 끌어내리는 성질이 갈증을 풀어주고 열을 가라앉혀 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팥은 숙취에도 효과가 있어 연회에서 줄곧 술과 기름진 음식을 가까이했던 왕들에게 소갈 예방약으로서 쓰이곤 했다. 동의보감을 포함한 각종 한의서에서 당뇨병 환자에게 금한 식품은 술, 짠 음식, 밀가루 음식으로 이것만 잘 지키면 약을 먹지 않아도 저절로 낫는다고 했다. 그 외에 피할 음식은 고추나 마늘처럼 열이 많은 식품과 꿀, 설탕, 사탕, 초콜릿, 케이크, 아이스크림, 과일 통조림과 같은 단 음식 등이다. 물론 폭음도 자제해야 한다. 소위 몸에 좋다는 채소류는 대체로 무난한 편이지만 과일은 비교적 당이 적은 딸기 등이 적당하며 토마토로 대체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어떤 음식이든 포식하거나 과식하는 것은 금물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풍요를 뜻하는 affluence와 전염병을 뜻하는 influenza 두 단어를 합성하여 ‘affluenza’, 즉 ‘부자병’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삶이 너무 풍요로워 감정 통제가 안 되는 경우를 가리키는데 미국 사회는 이 ‘어플루엔자’를 하나의 사회병리학적 연구과제로 삼고 있다고 한다. 과도한 스트레스, 소비 중독, 삶에 대한 무력감, 만성 울혈 그리고 이미 많은 것을 가졌으면서도 채워지지 않는 갈망 등이 ‘어플루엔자’의 증상이다. 언뜻 보면 서로 상관이 없는 듯하지만 당뇨가 몸에 나타나는 ‘부자병’이라면 ‘어플루엔자’는 ‘정신의 부자병’이다.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상 별 차이가 없다. 세종대왕도 과중한 정무에 시달리면서도 좀처럼 쉬지 못했고, 자신이 벌인 온갖 국가 프로젝트에 신하들뿐 아니라 왕자들과 때로는 시집간 공주들까지 끌어들여 종종 과로사하게 했으니 정신적 갈망도 신체적 허기에 못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싶다.

 

김태련 / 현 김태련 한의원 원장,

태을명리연구원 원장

02 9787 3567 / 0434 262 800

www.kimsholisticmedic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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