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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칼럼세상의 모든 행복- NGO 활동가의 현장 이야기(2)

세상의 모든 행복- NGO 활동가의 현장 이야기(2)

[이효실 / 국제구호개발NGO '굿네이버스' 호주 사무국장. 후원문의 / 0416 030 381, gnau@goodneighors.org / Homepage. goodneighbors.org.au ]

‘가장 행복한 나라’에서 만난 13살 소년, 티푸

 

NGO 활동가의 정수는 바로 사업 현장에 있다고 생각하는 필자는, 우리가 지원하고 있는 현지 사업국 방문을 할 때마다 마치 첫사랑을 만나러 가는 것과 같은 설렘과 두근거림을 느끼곤 한다. 특히나, 방글라데시 출장이 잡히고 난 뒤로는 잠을 못 이룰 정도로 기대하는 마음이 있었다. 방글라데시는 열악한 거버넌스로 인해 다양한 NGO들이 현지에서 활동을 하고 있으며 그만큼 활동의 효과도 극적으로 나타나는 국가이고, 더불어 내가 몸담고 있는 굿네이버스도 방글라데시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삶이 변한 친구들도 많이 만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번 출장의 목적은 방글라데시 국가를 후원하는 후원자들의 사업장 방문을 코디네이트하고, 또한 긴급하게 지원이 필요한 아동을 만나고 와 이들의 사연을 소개하고 모금을 하기 위해 진행되었다. 10년이 넘은 후원자와 결연 아동이 만나는 감동스러운 순간을 함께하고, 방글라데시 여아 권리 보호를 위한 애드보커시 캠페인에 같이 참여하였다. 아동들의 가정을 방문하여 실제로 어떤 지원을 받고 있는지, 후원자들과 함께 모니터링하면서 다시 한 번 현장에서 NGO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후원금 규모와 관계없이 우리의 관심과 사랑이 받는 사람에게는 얼마나 큰 임팩트가 되는지를 경험할 수 있었다. 이런 시간을 통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의미를 발견하며, 덥고 습한 방글라데시의 환경이 전혀 어렵지 않을 만큼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

방글라데시에서도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그곳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전날 잠깐 내린 소나기가 아직 마르지 않아 질펀한 진흙탕 길을 따라 좁고 어두컴컴한 골목에 들어섰다. 담당하는 현지 직원에게 도대체 집을 어떻게 구분하냐고 물을 정도로 다닥다닥 똑같이 생긴 ‘공간’들이 골목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그곳에서 내가 만난 친구는 당시 12살로 인력거를 끄는 소년 티푸였다. 웃는 모습이 천진한 소년이었지만, 티푸의 얼굴에는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3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픈 노모와 갓난 아기만 데리고 돌아온 누나, 장애가 있는 동생. 이들 모두 책임지기에는 아직 너무 어린 소년인데, 악수를 하기 위해 손을 잡는 순간부터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티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하던 인력거를 끄는 것일 뿐… 하지만 아무도 어리고, 작은 티푸의 인력거는 타려고 하지 않으니 티푸는 하루 종일 지루한 기다림과 하루하루 책임져야 하는 가족들의 생계, 인생의 무게에 짓눌려 있었다.

 

아이의 상황에 대해 전문적이고, 객관적으로 사실을 전달해야 하는 책임을 갖고 있기에 아이들을 만날 때는 최대한 개인적 감정을 배제하고 사실과 상황에 대해서 공감을 하고자 하는데, 그것이 마음처럼 쉽지 않을 때가 있다. 나에게는 이 어린 소년 티푸와 만났을 때가 바로 그러했음을 고백하다.

 

“티푸, 뭐가 제일 어려워?”

“모든 것이 정상일 때가 가장 행복했어요. 한 달에 한 번 집값을 내야 하는데, 너무 빨리 그때가 돌아와요. 그게 가장 힘들어요.”

 

티푸의 하루를 쫓으면서 꾹꾹 눌러 담았던 마음들이, 아이가 담담하게 내뱉은 한 마디에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참을 수가 없어서 뛰어나간 골목길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다.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기에 부끄러울 정도로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세상에, 12살 아이가 매일 하는 걱정이 한 달 20,000원의 월세라니! 한참 아무 걱정 없이 학교 가기 싫어하고, 밥 먹기 싫어하고, 친구 관계로 고민하고, 외모에 신경 쓸 나이인데…

문제는 이런 아이들이 세상에 너무나도 많다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혹은 내가 모르고 있는,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 아이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하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결론적으로, 나는 티푸를 지속적으로 후원해줄 후원자를 찾아 연결해주었고, 티푸는 다시 유치원부터 다닐 수 있게 되었다. 학교를 거의 다니지 못해 유치원부터 시작을 해야 한다고 했지만, 나는 혹시라도 12살이나 된 티푸가 본인보다 훨씬 어린 친구들과 함께 다녀야 하는 유치원이 힘들어하지는 않을까 마음이 불안했었다. 하지만 교복을 입고 어린아이들과 함께 앉아 환하게 웃는 티푸의 모습에서 나는 처음으로 행복의 조각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필자는 종종 활동 현장에서 ‘슈퍼맨’이 되고만 싶은 욕심이 든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어떻게 그 모든 아이들을 구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단 한 명이라도, 희망을 꿈꿀 수 없는 친구들에게 희망의 시작을 열어줄 수 있다면 그것도 충분하다고 생각해도 괜찮지 않을까. 단 한 명이라도, 아주 작은 변화라도 선물해줄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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