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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의 호주법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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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소한 학벌의 나라

 

7월 마지막 목요일. 시드니 시내 Elizabeth Street와 Goulburn Street 코너에 위치한 John Maddison Tower 건물 내 NSW District Court 법정 15D. 명예훼손 소송 건들의 공판을 취급하는 시간으로 쿵! 쿵! 쿵! 소리와 함께 담당 판사가 입장하자 그때까지 자유로운 자세로 삼삼오오 이야기 나누던 변호사들이 일제히 대화를 멈추고 기립하여 판사에게 목례를 하고 자리에 얌전히 착석하였다. 나이가 지긋이 들어보이는 남성 판사가 돋보기 너머로 변호사들을 내려다보는 인상이 변호사들의 화술에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을 듯 보였다. 1번! 2번! 3번! 판사가 당일 처리해야 할 케이스 명단에서 케이스 번호를 호명할 때마다 바늘방석에 앉아있어 보이던 변호사들이 용수철 모양 튀어 일어나 판사 앞으로 다가서서 초등학생처럼 자신의 이름을 외쳐댔다. 원고측의 James입니다! 피고측의 Burn입니다!…

판사가 ‘5번!’을 호명하자 여자 변호사와 남자 변호사가 동시에 일어나 Bar Table(바 테이블)에 걸어가 섰다. 법정 절차에 따라 원고 측 변호사가 먼저 자신을 소개했다. ‘Good Morning Your Honour, Timan, solicitor for the Plaintiff.’(굿모닝 판사님, 저는 원고측 변호사 티만 입니다.’) 피고측 변호사가 자신의 이름을 외치려는 찰나 판사가 갑자기 그의 말문을 가로 막았다.

“티만씨, 우리 서로 아는 사이였나요?”

“아닙니다 판사님!” 상황 판단이 서지 않은 변호사가 얼떨결에 솔직하게 대답했다.

“당신과 나는 아는 사이가 아니고 나는 당신을 전혀 몰라요. 법정에서는 나에게 본인의 이름만 밝히면 되는 것이지 나에게 ‘굿모닝’이라고 하면 적절치 않아요. 마치 우리가 서로 알고 있는 사이로 남들이 오해할 수 있고 내 공정한 판결을 의심할 수 있으니까요.’ 판사의 호령은 엄숙할 뿐 악의는 없어보였다.

당황한 변호사가 즉시 “죄송합니다. 판사님”이라 하자 판사는 “당신에게 훈계하려는 것이 아니고 법정에 있는 모든 변호사들에게 들으라 하는 말입니다”라고 했다. 역시 인상에 걸맞는 사람이었다.

호주에서는 ‘명문대학’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호주에 사는 한국 사람들도 ‘명문대학’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학벌 장애자’들로 들끓는 한국에 진출한 호주 ‘교육 장사꾼’들의 광고에서만 ‘명문대학’이라는 문구가 남발된다. 멋이라곤 눈꼽만치도 없는 호주에서는 출신이나 학벌을 물어보지 않는 호주인들도 사람인지라 간혹 ‘Exclusive’나 ‘Private’ 등등 등록금 비싼 사립 고등학교 출신에게 관심을 보이지만 ‘명문’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 면에서 하버드, 버클리, Ivy League, MIT 등 명문대학 출신들이 상류사회를 주름잡는 미국과 전혀 다를 뿐 아니라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대학 출신, 사법고시 몇 회, 어느 고등학교 출신, 누구와 선후배 관계, 고향이 어디, 같은 문구가 장식하는 한국 신문기사들과도 거리가 멀다. 이름 석자(?) 만으로 한 사람의 묘사가 총정리 되는 호주 언론이다. 화려한 배경의 초상화가 아니라 빛바랜 캔버스에 빛나는 주인공의 초상화 격인 셈이다. 배경이 초라한 것이 아니고 배경에 관심이 적다는 말이다.

서두의 고등법원 판사는 호주에서 최고 학부를 졸업하고 30년 변호사 경력의 마지막을 판사로 장식한 인물이다.

 

면책공고Disclaimer

위의 내용은 일반적인 내용이므로 위와 관련된 구체적 법적문제는 변호사의 자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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